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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규(수필가, 전통민요 해설가)
글쓰기는 ‘영혼을 덜어내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글쓰기는 영혼을 덜어내서 없애고 마는 것이 아니라 더 채워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글쓰기는 ‘재주’가 아니라 영혼이 담겨야 합니다. 응모작 541편중에는 아쉽게도 글쓰기의 형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작품이 많았습니다. 형식은 번거로운 것이 아니라 ‘좋은 내용을 담는 중요한 그릇’입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일입니다. 장원, 차상, 차하로 입상한 작품을 심사위원이 일정한 수준 이상으로 엄선한 것들입니다. 그러나 예술작품의 평가란 객관적이거나 일반적 규범으로 가눌하기 어렵습니다. 상의 급간은 큰 의미가 없다고 여겨집니다. 입상한 사람에게 축하를,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격려를 보냅니다. 여러분이 펼쳐가는 세계가 늘 소중하고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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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시인/그림책작가/패랭이꽃그림책버스 대표)
‘글을 쓴다’는 것은 팔 다리를 써서 운동하는 것과는 성격이 아주 다른 일입니다. 그런데도 운동 경기나 다름없이 실력을 겨루고 등위를 매겨서 상을 주는 행사를 벌이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요? 필자의 경우, 초등학교 시절 백일장에서 몇 번 상을 받고 칭찬 받은 일이 지금껏 시인으로 살게 했다고 해도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부모님과 가족들, 선생님들과 학우들이 그 상장을 오래도록 기억하면서 ‘시인’ 또는 ‘글 쓰는 아이’로 인정하고 지지해주었으며, 그런 분위기가 틀림없이 ‘글 쓰는 일’에 남다른 열정을 갖게 해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틀림없이 그 덕분에 필자는 지금껏 언제 어디서나 글 쓰는 삶, 글 읽는 삶을 살아왔을 것입니다. 또 그 덕분에 조금 더 치열하게, 곧게, 살아가려 애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원주 MBC가 청소년 문학상을 마련한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라고 믿습니다. 대중문화의 중심 매체가 청소년들의 인문주의자적 재능을 발굴하고 지지하고 미래의 시인?작가, 나아가 눈 높은 독자의 길로 안내한다는 것은 대단히 뜻깊은 노력으로 여겨집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심사를 통해 이 땅 곳곳에서 동시대를 호흡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눈부신 감성을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행간과 행간 사이, 연과 연 사이, 자기만의 크고 작은 숨결을 적절한 언어로 빚어내기 위해 고민한 흔적과 마주칠 때마다 가슴이 벅차기도 했습니다. 물론 더러는 몸집에 맞지 않는 옷을 빌어 입은 듯 기성 시인의 싯귀를 흉내내어 전체 작품의 신선도를 흐리는 안타까운 경우도 없지 않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이 한 마음으로 뽑은 횡성초등학교 이정섭 군의 작품 <추운 날>은 시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높고 빛나는 상상력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번 겨울은 아무리 ‘추운 날’이 와도 이 시를 떠올리며 행복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을 듯합니다. 이정섭 군을 비롯하여 입상자와 참여자 모두가 글로써 삶을 가다듬고 꽃피울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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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시인, 물소리회 회장)
이번 공모전 심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원주관내에서 주최한 어느 행사보다 많은 응모편수였고 또한 전국적인 호응도였다. 물론 인터넷이라는 전파매체를 통한 파장의 효과도 크다고 보지만, 방송국에 대한 신뢰감이 더욱 많은 관심을 이끌어 낸 것 같다. 초등학생 시부문의 심사를 맡았는데,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시각과 아이들의 표현으로 신선함까지 주는 작품이 있었는가 하면 다수의 작품은 부모나 선생님의 덧칠 흔적을 느낄수 있었다. 공모전이라는 특수성에 비하면 얼마든지 감안할 수 있는 사항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덧칠이 아니라 좀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문학수업을 전수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소리를 이끌고 있는 회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며 과연 이렇게 많은 문학도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손잡고 이끌 수 있을까하는 고민도 하게 되었다. 이번 공모전 심사에서 느낀점은 다른 백일장보다는 호응도가 높아 응모작품 편수가 많았다는 점이고, 전국규모의 공모전이다 보니 작품의 수준도 상당한 편이었다. 물론 어른들의 시각으로 덧칠하여 아이들의 의도가 빗나간 작품도 있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최대한 초등학생들의 수준으로 사물을 관찰하고 그들의 수준으로 표현한 참신한 작품에 비중을 많이 두었다. 어릴적에 우연히 적어낸 글이 칭찬을 듣고 인정받았다면 그 예능적인 소질은 한 사람의 인성과 인생관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수준으로 아이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단순함과 순수함으로 관조된 작품을 선정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끝으로 원주에서 이런 문학상을 탄생시킨 문화방송사에 박수 드리며, 앞으로도 각박한 세상에 작은 등불들이 되어 어둔 세상 밝혀줄 문학도들을 관리 지도하여 이 사회를 바르고 따뜻한 사회로 이끌어 주길 감히 부탁드리며 심사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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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숙 (수필가, 물소리회원)
글을 읽으면서 새삼 느낀 것은 그냥저냥 흘러가는 일상 중에서 이렇게도 할 수 있는 말, 이야기들이 많구나 하는 것이다. 나의 작은 감성을 일깨워주는 수많은 작품들을 읽으며 부끄러움에 몸을 숨기고 싶었다. 특이한 것은 계속되는 경제불황 때문에 중고등부 학생들의 작품에는 고생하시는 부모님이 많이 등장해서 가슴이 뭉클했다. 초등학생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 작품의 구상은 학생들의 것이 분명한데 옆에서 누군가 많이 도와줬다는 흔적이 많이 보였다. 내 생각에는 아이들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순수하게 아이들의 수준에서, 아이들답게 쓰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장원을 한 전혜민 어린이의 작품은 처음부터 글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는 힘이 있다. 글의 전개라든가 짜임새, 언어구사력. 초등학교 6학년 답지 않은 훌륭한 작품이었다.
중등부에서 수상한 작품들을 읽어보면 혹시 고등학생들이 쓰지 않았나 할 정도로 성숙함이 느껴졌다. 장원을 한 유예인 작품은 잘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연상케 했다. 특히 슬픈 내용이지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끝까지 차분하게 이끌어간 점이 단연 돋보였다. 개인적으로 차하를 한 귀래 중학교 전주희 학생의 작품을 여러번 읽었는데 지나치게 묘사 위주로 쓴 게 아쉬웠다. 무엇을 말하려는 등에 좀더 짜임새 있게 쓴다면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쓸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고등학생들의 작품은 성인들이 쓴 작품과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좋은 작품들이 많았다. 더러는 수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했는지 논문이라든지 탐방기 등, 수필 이외의 작품을 보낸 학생들이 있었다. 수상한 작품들의 수준은 비슷비슷했다. 그 중에도 장원을 한 윤윤미 학생은 꾸준히 작품을 쓰면서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였다. 어디 한군데 흠 잡을 데 없었는데 작품을 읽으면서 작은 희망하나를 담았다. 언젠가 문단에서 윤윤미 학생의 이름을 듣게 될 것 같은 희망을. 여기에서 일일이 거론하지는 못 하지만 차상, 차하를 받은 학생들도 나름의 재능과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말하고자 하는 바의 의미가 다소 약하거나 작품 전체의 수준이 고르지 못했을 뿐이다. 또한 입상하지 못한 작품 중에 너무도 아까운 글들이 수두룩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쓴 흔적 있는 작품을 쓴 학생들에게 격려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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